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은 이번 달 책모임의 발제 도서로 선택되어 읽게 된 책이다. 평소 한강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이 책은 놓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종종 마음의 상처를 겪곤 했던 경험이 떠올라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작품은 그 후유증이 덜했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중에서도 이 책은 가장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한 여자가 점차 말을 잃어가고, 한 남자는 눈을 잃어가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서로의 침묵과 빛을 공유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답게, 마치 한 장의 사진을 감상하는 듯한 생생한 묘사를 자랑한다.
책의 첫 문장인 “그것이 다시 왔어”는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한강 작가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여자는 열일곱 살 겨울에 말을 잃고, 그 침묵 속에서 외국어인 프랑스어의 한 단어로 다시 입을 열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이혼과 아이의 양육권 상실이라는 새로운 시련으로 인해 다시 말을 잃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이미 죽어버린 언어가 되어버린 희랍어를 배우러 간다.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서로의 침묵을 풀어가기 위해 힘겹게 대화를 시도한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과거의 고통을 회상할 때, 독자도 함께 아픔을 느낀다. “나는 침묵했습니다. 대답을 기다리던 당신은 수첩을 덮어 도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이 문장은 침묵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드러내준다. 그들이 강물을 바라보며 나누는 간헐적인 대화는 그들 사이의 긴장감과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
한편, 두 사람의 소통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다. “수업 시간에 복도에서, 사무실 앞에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익숙함이 커져가지만, 여전히 언어적 장벽이 그들 사이에 놓여 있다. 이런 상태에서 문학의 힘이 느껴진다. 한강 작가는 문장을 한 마디도 헛되이 쓰지 않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시를 읽는 것처럼 감정에 깊이 젖어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이 궁금해,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러,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꿈에서뿐이겠지요”라는 문장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고요한 가운데 서로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간다. 한강 작가의 문장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매우 강렬하다. 주인공이 겪는 고통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어, 작가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강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언어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매료되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시처럼 아름다우며, 독자는 그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이 겪는 사랑과 상실의 감정은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특히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어리석지 않았으나 내가 어리석었으므로”라는 문장은 사랑의 복잡한 감정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한강 작가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픔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언어의 상실과 소통의 어려움이다. “시선만큼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접촉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절은 현대 사회에서의 소통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각적인 접촉이 아닌,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자는 언어의 상실로 인해 고통받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다른 형태의 소통을 배우게 된다. 이 두 주인공은 결국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희랍어 시간>은 언어와 사랑의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강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생생한 묘사가 독자를 사로잡으며, 독자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복잡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작가의 글을 통해 아름다움과 어려움, 사랑의 어리석음을 느끼며, 독서는 단순한 정보의 습득을 넘어, 감정의 여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시금 깊이 있게 읽게 되어 기쁘고, 그 문장들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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