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다큐멘터리 관람평 후기 우크라이나 정보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담은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전쟁의 민낯을 마주하다

"전쟁은 폭발음이 아니라 침묵으로 시작된다."

이 한마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 도착한 AP통신 영상기자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의 절망 어린 읊조림입니다. 체르노우는 평온한 거리를 바라보며 이 말을 남겼지만, 이는 곧 참혹한 현실의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마리우폴의 비극: 전쟁의 시작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별군사작전’을 발표했지만, 당시 마리우폴 시민들은 여느 날처럼 일터로 향했고 거리에는 버스가 다니며 평온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러시아 전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폭탄이 도시 곳곳에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 평화는 속절없이 깨졌습니다.

도시는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폭격을 피할 여유도 없이 그 참상을 그대로 맞아야 했습니다.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피투성이가 된 시민들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갓난아이부터 노인, 임산부까지 모두가 생사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던 상황 속, 마리우폴은 인류의 비극을 상징하는 도시가 되어 갔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담은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크림반도의 길목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스무 날 동안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영상기자 체르노우와 그의 동료들인 사진기자 에우게니이 말로레카, 영상 프로듀서 바실리사 스테파넨코로 구성된 AP통신 취재팀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리우폴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영화 속에는 병원, 학교, 극장 등 민간인 지역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러시아군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었던 곳들이 폭격의 타격을 입고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습니다. 구급대원들은 폭격이 휩쓸고 간 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찾아내 병원으로 옮겼고, 의료진들은 가망이 없을 듯 보이는 환자들까지도 끝까지 치료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인류애와 직업정신으로 버틴 의료진과 시민들

영화는 전쟁 속에서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려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의 노력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물과 전기, 인터넷이 모두 끊긴 환경에서 의료진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했지만, 결국 러시아의 전차 부대가 병원을 에워싸며 이들의 노력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수백 명의 환자와 의료진, 취재팀이 있는 병원을 향해 탱크의 포구가 겨누어졌을 때,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구하려는 인류애를 잃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장면들에서 나타나는 시민들의 고통은 스크린을 넘어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죽은 가족을 붙잡고 울부짖는 시민들의 모습은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삶을 무너뜨렸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러시아의 주장과 전 세계의 반응

영화가 공개된 후 러시아 정부는 마리우폴에서의 영상과 사진들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가 배우를 동원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AP통신 취재팀이 직접 촬영한 영상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언론에 전송된 이 영상은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며,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습니다.

진실을 전달하려는 노력

취재팀은 이 영상이 무사히 세상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필사의 탈출 작전을 펼쳤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도움으로 취재팀은 차량의 좌석 밑과 생리대 속에 하드디스크를 숨겨 러시아의 15개 검문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마리우폴에 남아 있던 언론인은 이 취재팀뿐이었기에, 그들의 영상이 사라졌다면 전쟁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전쟁의 실상을 담은 영상은 전 세계에 퍼졌고, 전쟁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상과 평가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퓰리처상 공공보도상과 미국 및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체르노우 감독은 올해 오스카상 수상 소감을 통해 “우크라이나 역사상 첫 아카데미상을 받아 영광스럽다”라면서도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고 싶은 최초의 감독일 것”이라는 애통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또한 “영화에는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 우리는 진실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라며 전쟁의 기록을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이 연설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전쟁의 기록, 그리고 인류애를 되새기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단순한 전쟁 다큐멘터리가 아닌,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인류애와 희망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전쟁의 처절함과 그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웁니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정되었습니다.